나는 지금 바다가 보이는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예전에도 커피를 마셨다.
하지만 그때의 커피와 지금의 커피는 전혀 다르다.
그때는 늘 시계를 바라보며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여행이 끝나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했고,
주말이 저물면 다음 날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
퇴사 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오늘을 온전히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감각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산책을 할지,
도서관에 갈지,
쇼핑몰을 둘러볼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지.
그 모든 선택이 내 것이다.
이렇게 단순한 일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아마 자유를 얻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보낸다.
책을 몇 장 읽고,
노트에 몇 줄을 적고,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고,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신기하게도 그런 날이 가장 나를 깊이 회복시켜 준다.
나는 이제 알게 되었다.
평온한 하루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아니,
어쩌면 그것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자유를 얻은 뒤로 나는 나를 더 자주 바라보게 되었다.
어떤 옷을 입을 때 가장 나다운지,
어떤 향기를 맡으면 행복한지,
어떤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뛰는지.
예전에는 세상이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애썼다면,
지금은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신기한 것은,
자유는 나를 게으르게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에는 훨씬 오래 집중하게 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
누가 시켜서 쓰는 글이 아니라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
그리고 내가 직접 만들어 가는 미래.
이런 것들은 이상하리만큼 지치지 않는다.
나도 여전히 미래를 꿈꾼다.
더 아름다운 공간에서 살고 싶고,
더 멋진 여행을 하고 싶고,
지금보다 더 넓은 자유를 누리고 싶다.
하지만 예전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예전에는 행복해지기 위해 미래를 기다렸다면,
지금은 행복한 마음으로 미래를 향해 걸어간다.
카페 창밖으로는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간다.
문득 생각한다.
예전의 나도 저 사람들 사이를 그렇게 걸었구나.
그리고 지금의 나는,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